이태리에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지 몇개월 되지 않았을때다.
이태리에선 보따르가(bottarga)라고 해서 생선알을 말려 여러가지 음식에 넣어서 먹기도 하는데 이 보따르가를 요리에 사용해 보고 싶어 수입하는 유통회사가 없나 하고 알아보던 차에 우연하게 잡지에서 '어란' 이라는 것을 보게 되었다. 보따르가와 거의 흡사한 방법으로 만들어지지만 거기에 쏟는 정성은 이태리의 그것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정말 대단하다. 손으로 하나하나 핏줄을 제거하고 소금물에 담가뒀다가 말리는데 그냥 대충 널어 놓는것이 아니라 앞뒤로 여러차례 참기름을 발라가며 말리고,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위아래로 유리판까지 대어 가장 보기 좋은 모양으로 만들어 내시는데 왠만한 수고로는 어림도 못낼 일이다.
국내에서도 여러군데서 만들고 있지만 위 방법으로 만드시는 분은 영암에 할머니 딱 한 분 계시다. 더 셰프 촬영차 드디어 뵙게 되었는데 오래전부터 관심을 가졌던 분이라 너무 반가웠고 우리를 친 손자들처럼 너무 푸근하게 맞아주셨다. 게다가 그 지극하신 연세에도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어란을 만들까 하고 연구하시는 모습을 보니 역시 명인은 명인이시구나 하고 너무 뿌듯했다.
할머니께서 주신 진품 '영암어란'과 함께한 무형 문화재 할머니의 진품 '홍주'. 붉은 장미 빛에 강하고 독한 첫 맛, 은은하게 풍겨지는 꽃향기의 뒷맛이 어란과 함께하니 감탄이 절로 나온다. 우리는 너무 즐거운 나머지 촬영을 잠시 뒤로한채 홍주 할머니와 몇 병이나 비워버렸다. 나중에 돌아올때 뭇내 아쉬워 하며 눈물을 글썽이시던 홍주 할머니의 얼굴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더 셰프(the chef) 촬영중에 뵈었던 분들중 가장 기억에 남는 두 분...
건강하게 오래 사세요.
꼭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